1. 들어가며

한국에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ilishment)이 없는 외국법인이 자신의 특허권 등 무형자산을 한국의 기업에 양도(또는 사용허락)하고 그 대가(사용료; royalty)를 받는 경우 한국에서는 어떤 과세가 이루어질 것인가?

아마도 한국의 기업은 그 사용료의 일부를 원천징수(withholding)하여 한국 정부에 납부할 것이다. 그리고 사용료를 지급받는 외국법인이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설립된 법인이라면 특별한 문제는 없다. 한국이 미국 이외의 국가들과 체결한 조세조약들은 대부분 '지급지주의(based on the place of payment)'를 따르고 있어 외국법인이 한국의 내국법인으로부터 사용료를 지급받았다면 이는 한국에서 발생한 '국내원천소득(domestic source income)'이 되어 외국법인이라도 이에 관한 납세의무가 있기 때문이다(물론 각국의 조세조약에 따라 일정한 세율의 제한이 있다).

그러나 미국법인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한미조세조약은 특이하게도 '사용지주의(based on the place of use)'를 채택하고 있어 만일 해당 특허권 등 무형자산이 한국 내에서 사용되지 않았다면 이는 한국의 국내원천소득이 아니어서 미국법인의 납세의무가 없으며, 따라서 이에 관한 한국 기업의 원천징수도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원천징수를 한 한국기업 또는 미국법인 스스로 한국의 과세당국에 경정청구(request for correction)를 할 수 있고, 과세당국이 이를 거부하면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으로 그 거부처분을 다툴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양도 대상인 미국법인의 특허권이 미국 내에서만 등록이 되어있고 한국 내에서는 등록되지 않은 경우 도대체 한국 내에서 이 권리가 '사용'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반드시 명확하지는 않다는 것으로, 실제로 한국의 법원과 과세당국은 이에 관하여 무려 30년 이상 첨예하게 다투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30년 전쟁'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올해 초에 있었던 중요한 대법원 판결과 최근의 입법 개선 사항을 설명하고자 한다.

2. 그 동안의 경과: ① 최초 판결(1992) ② 법령 개정(2008) ③ 재차 판결(2014)

[최초의 판결] 1992. 일찍이 대법원은, 한국에서 전자제품을 제조하여 이를 미국에 판매하는 한국 국내법인이,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미국법인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그 대가로 특허실시권을 허락받는 취지로 특허 분쟁을 마무리한 사안에서,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특허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므로 미국법인이 대한민국에 특허권을 등록하지 않은 경우 이는 대한민국의 국내에서 '사용'된 것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위 합의금은 과세의 대상이 되는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고 하여 납세자인 미국법인의 손을 들어 주었다.

[법령의 개정] 이렇게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은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들이 계속 선고되자, 과세당국은 법인세법에 "특허권 등이 국외에서 등록되었고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본다(the relevant patent rights, etc. shall be deemed to have been used in the Republic of Korea, irrespective of whether they were registered in the Republic of Korea, in cases where the relevant patent rights, etc. were registered out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have been used for manufacture, sale, etc. in the Republic of Korea)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아마도 이러한 법령 개정 취지는, 해당 특허권에 포함되어 있는 '기술적 사상(technical idea)'이 제조∙판매에 사용되었다면 비록 이것이 국내에서 특허라는 '권리'로서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미국에서 등록된 특허권 자체가 국내에서 사용되었다고 의제하려는 것이라고 보인다. 그러나 정작 법령의 문언은 "(기술적 사상이 아닌) 권리 등이 ...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라고 되어 있어 문제가 있었고, 이로 인하여 과세당국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후속 판결들이 이어지게 된다.

[재차 판결의 선고] 2014. 무렵 대법원은, 미국법인이 한국의 대기업이 자신의 특허를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미국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여 한국의 대기업이 미국법인에게 화해금을 지급하고 특허실시권을 허여받는 내용으로 분쟁이 종료된 사안에서, 위와 같은 국내 법인세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미 조세협약의 해석상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외에서는 특허권의 침해가 발생할 수 없어 이를 사용하거나 그 사용의 대가를 지급한다는 것을 관념할 수도 없다"고 하면서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과 관련하여 지급받는 소득은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음을 재차 선언하였다. 이로써 기존 판례의 태도를 입법으로 극복하려는 과세당국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3. 최근의 동향: ① 법령의 재차 개정 및 ② 2022. 대법원 판결 선고

[법령의 재차 개정] 먼저 과세당국은 2018. 말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의 구분(the classification of a domestic source income)에 관하여 법인세법 등 국내법보다 조세조약을 우선하여 적용하도록 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Adjustment of International Taxes Act) 제28조를 삭제하였다. 그리고 2019. 말에는 법인세법을 다시 개정하여, 특허권 등이 국내에서 등록되지 아니하였더라도 그에 포함된 '제조방법∙기술∙정보(the manufacturing method, technology, information, etc)' 등이 국내에서의 제조∙생산과 관련되면 이를 국내에서 '사실상 실시되거나 사용되는(actually implemented or used)' 것으로서 과세할 수 있는 국내원천 사용료 소득이 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또한 국외에서 등록된 특허의 침해와 관련하여 국내법인이 지급하는 손해배상금 등은 '국내원천 기타소득(other domestic income)'으로 과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개정 법인세법 규정들은 2020. 1. 1. 이후 지급되는 사용료에 대해서 적용된다.

[2022. 대법원 판결의 선고] 이러한 법령 개정과 함께, 과세당국은 법령 개정 이전의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에 대하여도 계속하여 새로운 관점과 논리를 보강함으로써 기존의 대법원 판례 자체를 변경하거나 과세처분의 정당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2022. 2.)에 선고되었다. 이 판결은 홍채인식기술에 관한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미국법인이 미국에 등록된 특허권 및 다른 발명들이 포함된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한국의 대기업에 부여하고, 한국의 대기업은 이 소프트웨어를 자신이 국내에서 제조하는 제품에 결합하여 이를 전세계에 판매한 경우 그 한국 기업이 미국법인에게 지급한 '사용료'가 과세대상인 국내원천소득인지 여부에 관한 사안이었다.

(1) 국내 미등록 특허에 관한 대가는 과세 대상 아님이 확정

과세당국은 기존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비판적인 세법 학계의 의견들을 앞세워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어야 한다는 점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계속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미국법인이 특허권을 국외에서 등록하였을 뿐 국내에는 등록하지 않은 경우 미국법인이 그와 관련하여 지급받는 소득은 그 사용의 대가가 될 수 없으므로 이를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과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명확히 하여 이에 관한 더 이상의 분쟁을 종식시켰다.

(2) 국외에서 등록 완료된 특허 이외의 무형자산에 관한 과세 가능성 발생

그러나, 본건에서 미국법인이 한국 기업에게 사용을 허락한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미국에서 온전하게 등록 완료된 특허권 뿐만 아니라 저작권, 비밀공정, 비밀공식, 아직 특허출원 상태에 불과한 발명, 가출원된 발명, 그 밖에 법적 상태가 명확하지 않은 기술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으며, 과세관청은 최소한 이런 특허 이외의 무형자산은 과세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과세관청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계약상 사용료 지급대상에 포함된 무형자산 중 발명, 기술 등에 관한 비공개 정보를 사용하는 대가"는 국내 법인세법상 '산업상∙상업상∙과학상의 지식∙경험에 관한 정보 또는 노하우', 그리고 한미조세협약상 '저작권, 비밀공정, 비밀공식 또는 기타 이와 유사한 재산이나 권리, 지식, 경험, 기능 등'에 대한 사용료에 각 해당하므로 이는 과세 대상인 국내원천소득이라고 판시하였고, 따라서 이에 관하여 결론을 달리한 고등법원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그 심리∙판단을 다시 하도록 명하였다. 즉,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특허로써 공개된 기술에 대한 대가는 과세 대상이 될 수 없지만, 그 이외에 아직 비공개된 기술의 경우에는 '특허권'의 사용료가 아니라 '노하우'의 사용료로서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세 대상이 아닌 '미국내 등록 완료되었으나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의 사용료'와 과세 대상인 '미국내 등록특허 이외의 비공개 무형자산'의 사용료가 명확히 구분될 수 있을 것인지, 계약상 구분되지 않은 경우 그 입증책임(burden of proof)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 결코 간단하지 않은 후속 문제들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이 부분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은 분쟁의 완전한 종식이 아니라 앞으로 오히려 새로운 이슈의 시작이라고 생각된다.

4. 결론: 한국의 최신 동향이 외국법인에게 주는 시사점

  1. 2020. 1. 1. 이전 한국 기업에게 무형자산의 사용료를 지급받은 미국법인의 경우, ① 미국에 등록 완료하였으나 한국에는 등록하지 않은 특허권에 관한 사용료는 납세의무 없음이 확정되었으나, ② 기타 비공개 무형자산에 관한 사용료는 여전히 과세될 수 있으므로 그 과세의 범위에 대하여 신중한 법률 검토가 필요하게 되었다. ③ 물론 어느 경우이든 해당 무형자산이 한국내 제조∙판매에 이용되지 않은 경우 그 사용료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
  2. 2020. 1. 1. 이후 한국 기업에게 무형자산의 사용료를 지급받은 미국법인의 경우, 국내 법인세법의 개정에 따라 미국에 등록 완료하고 한국에 등록하지 않은 특허권도 일단 과세당국은 이를 과세의 대상이라고 판단할 것이나, 양당사자국이 합의한 조약의 내용을 일방 당사국의 국내법 개정으로 달리 정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과 함께, 과연 이로써 기존의 확고한 대법원의 입장이 변화할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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